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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깊이에의 강요"를 되짚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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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에의 강요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젊은 여인이 주인공인 아주 짧은 수필이 그 내용이다. 독일의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향수"로 전 세계적으로 알려진 독일 작가이다.  영화 향수에서도 독일과 미국이 제작한 베를린필의 연주로 나온 CD는 그 당시 인기가 있어서 구하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20대 때였으니.  이  책을 다시 보니 이제는 이 이야기가 너무 와닿는다.

 

예술가들에게 "밀도",즉 깊이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어떤 이론이며, 논지이며 테크닉이며 그 작품에 많은 것들이 함유되어 있어야 하는 음식과 같이 매우 디테일하고 순정적이며...그 깊이를 말이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외적으로 그 깊이에 너무 빠져있는 예술가들의 위험성을 시사하고 있다. 그것이 다가 아닌데, 뭔가 그것이 다인냥. 누군가의 말에 의해, 누군가의 생각에 의해 예술가의 본모습을 잊어버리고 망각하게 되는, 결국은 자신을 잃어버려 자살까지 하고마는 이 이야기의 주인공을 통해 예술가의 내면을 다루는 굉장히 심오한 철학을 지닌 수필이다.  추측컨데 여자 주인공은 독일인이며, 또한 배경도 독일이다.

 

사실 예술가라면 누군가의 말에 의해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고, 또한 계속해서 받고 있고 상처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대중예술가라면 그런 얘기를 수백번 수천번을 듣고 악플도 당했을 것이다. 요즘 같은 때에 악플정도는 거의 애교로 보지 않나. 하지만 예술에서는 좀 예민한 부분이 있다.

 

타인이 그냥 쉽게 내뱉은 말에,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도 있으며 나 또한 그런것들을 여러번 겪었고 이제는 털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지만 어렸을 때 자신에게 큰 사람에게 그런 존중받지 못한 말을 들으면 그 자괴감이나 영향은 굉장히 극단적으로 치닫을 것이다.

 

왜 강요를 하는가?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가는 은둔형 외톨이로 알려져 있다. 사실 현시점에서는 매우 이해가 되는 인물이다. 유명세가 사실 무서운 것이기도 하고 불편한 일이기도 한데 그것을 이미 알았던 사람은 아닌 것 같지만 "자유"로워지고 싶은 사람인 것 같다.

 

사람들은 각기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런것에 영향을 받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 필연적으로 처하게 되었을 때 누군가의 말이 "강요"처럼 와닿을 수 있다. 현재 그런 예시로 "가스라이팅"을 예로 들수가 있지만, 이것은 매우 극단적인 예시라 넘어가겠다.

 

"강요" (이 책에서 말하는)

: 타인에게 요구하는 , 타인에게 기대하는 심리적 현상을 기분나쁘게 표현하는 것

 

나 또한 누군가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아쉽다","아니, 좀 더 고쳐야 할 부분이 있어"라든지 하는 다소 기분 나쁜 말, 생각해보면 그건 그 사람의 입장이지 내 입장은 아닌데, 그런것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나는 사실 그런 부류의 사람들의 특징을 잘 알고 있기에 연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타인이 얘기하는 것에는 귀를 기울이돼 굳이 거기에 자가당착론을 배제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평가했다고 해서 그게 정답이 될 순 없다. 가끔 딴지를 걸고 싶어하거나, 원래 성격이 비판적인 사람들이 꽤나 있기에 거기에 연연해서는 안된다는 얘기이다. 아무튼 그런 상황을 만든 이가 사실 나쁘긴 하지만, 우리는 그런 상황조차도 견뎌내야 하는 인간이이고 예술가이다. 매번 행복이나 칭찬을 받을 수 없으니 말이다.

 

첫장에서,

소묘를 뛰어나게 잘 그리는 슈투트가르트 출신의 젊은 여인이 초대 전시회에서 어느 평론가에게 이런 말을 들었다. 그는 악의 적인 의도는 없었고, 그녀를 북돋아 줄 생각이었다.

"당신 작품은 재능이 있고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러나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

- 책 본문 중에서 -

 

저 말이 발단이 되어, 예술가인 그녀가 자살까지 하게되는 이 짧은 수필을 읽고 마치 나의 과거가 생각이 났다. 독일에서 나 또한 저런 비슷한 것을 겪었던 적이 있었다. 그것은 작품의 재능이 아니라 독일어와 영어였다. 나는 언어가 좀 약한 편인데, 특히 인토네이션, 발음이 굉장히 안좋다. 프랑스어 발음은 굉장히 좋은 형태의 혀를 가졌지만, 독일어는 정말....발음이 안되는 것이 많다. 때문에 나는 언어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내 발음때문에 못알아 듣는 이들이 더러 있었다. 그게 굉장히 스트레스였다. 발음을 잘하면 영어도 그렇듯이 거의 반은 먹고 들어가니 말이다.

 

어쨌건, 이런 말이라는 것이 한 사람을 죽음에 이를수도 있게 하는 도구이거나 무기가 될 수 있기에 우리는 말에 있어서 정말 조심을 해야하지만, 이 수필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강요"의 순간 그리고 이와같은 순간을 현명하게 이겨나가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독일이라는 나라 자체가 칭찬에 인색하다. 인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워낙 잘하고 출중한 인재들이 넘쳐나는 곳이고 모든 현대예술의 중심지이다 보니, 날고 기는 애들이 많은데 그것에 칭찬은 독이 될 수도 있기에 오히려 반대로 부족한 것을 얘기해주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은 연주회에서 청중들이 야유로 화답하고, 일어서서 항의를 하기도 할 정도로 예술에 대한 깊이와 밀도 그리고 "예술성"에 대한 기준이 꽤나 높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여 주인공, 호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저 평론가의 말에 그녀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그리고 그녀가 자살한 뒤 그 평론가가 다시 그녀를 평론한 말이 관건이다.

 

"거듭 뛰어난 재능을 가진 젋은 사람이 상황을 이겨낼 힘을 기르지 못한 것을 다 같이 지켜보아야 하나이, 이것은 남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또 한번 충격적인 사건이다."

평가와 말은 쉽다.

늘 평가를 받아야 하는 존재인, 예술가들은 고통스럽다.

창작 또한 힘든 일인데, 평가란 순간순간 공포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익숙해져야 한다. 

우린 그들의 입맛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니까

지조가 있어야 한다.

 

현대예술은 늘 불편함을 달고 살아야 한다.

 

물론, 
때론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뾰족한 화살이 될 수도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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